
차박을 해냈다. 새벽에는 추워서 수건을 덮고 오들오들 떨었다. 아침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멀리 보였다. 눈 뜨자마자 바다 보기 성공.
하늘은 푸르게 밝아왔고 주변에 차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. 분명 나 혼자였는데. 그냥 계속 누워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차 창문을 0.5초간 쳐다봐서 눈이 마주쳤다. 사실 어젯밤부터 누가 이봐요 하고 차 문을 두드릴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. 하지만 나한테 크게 신경 안 쓰고 지나가셨다. 편안.
이 많은 차들의 정체는 관광객들이 온 거였다. 수도원 안에 들어가보니 알게 됐다. 작아보여서 아닐 줄 알았는데 모든 게 관광지다. 밤에 캄캄하고 아무도 없을 때 근처 모래바닥에 쉬했는데 그 위에도 차가 주차되어있네 ㅎ;



나도 수도원 구경을 잘 하고, 진짜 벼르던 바다로 출발했다. 12시였다. 4시까지 렌트카를 반납해야 한다. 아테네 시내까지는 여기서 1시간. 3시에는 떠나야 된다.
자두 두 알 외에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먼저 뭘 먹어야 해서 바다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. 인생에서 제일 좋은 카페를 만났다. 너무 한적하고 좋아서 코딩도 잘 되고, 일어서니 1시 40분정도였다. 수영은 10분쯤 하려나 ㅠㅠ

차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. 차가 있어 편하다.
수영할 짐을 챙기는데,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한참 걸렸다. 이도 닦고. 만약 수영하는 중 누가 내 가방을 훔쳐갈 경우의 대책을 생각해 본다. 그 경우 차 키가 사라지기 때문에 차 문을 열어두고 갈까 고민했다...가 잠궜다. 그냥 대책 없다 ㅎ 내 차가 햇빛에 구워지고 있어서 창문에 햇빛을 가릴 수건을 끼우고, 바지를 끼우고 하다 보니 옆 그늘에 자리가 나서 차를 옮겼다.
2시 10분.

드디어!!! 생애 처음 튜브 없이 바닷물에 들어갔다. 이 날을 위해 수영을 배웠고 바다로 목적지를 정해서 온 것이다. 물이 아주 맑고 딱 좋게 시원했다. 둥실둥실. 휘적휘적. 거리다가 해안가를 등지고, 저 멀리 보이는 큰 섬을 향해 팔을 저었다. 진짜로 섬으로 헤엄쳐가고 있는 느낌이 생생하게 났다.
세상에... 내가 지중해 바다에서 섬을 찾아 수영해가고 있었다. 비록 해안가에서 몇 미터 안 왔지만. (등 돌면 그건 정말 안 보인다)
2시 30분. 나와서 머리에 물을 털다가 뭔가 아쉬워 핸드폰을 녹화로 켜놓고 다시 들어가서 첫 바다 수영 기념 영상을 남겼다.

나와보니 내 손목시계가 죽어있다. 분명 2시 30분인 걸 볼 때 까지는 작동했다. 고장났나봐... 수영장에선 괜찮았는데 바닷물은 다를 걸 생각 못 했다. 내 샤오미 워치 😢
돌아온 아테네 시내는 차가 매우 많았다. 20분쯤 반납이 늦었지만 렌트카 회사 직원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말했다. 만점받았다. 뿌듯.
거리의 모습을 보니 이 곳 사람들도 한국만큼 살기 힘들겠다. 매연이 심각하다.

저녁으로 돼지고기 지로Gyro를 먹었다. 맛있고 양도 많았다. 로컬 식당은 팁을 달라는 기색이 전혀 없다. 대신 생수 한 병을 앉자마자 주는 데가 있는데 계산서에 50센트를 청구했다. 물이 필요 없다고 말해도 되지만 나는 그냥 사게 되었다. 목말라서. (마트같은 데서 물 한 병을 사면 30센트다)

계산할 때 신기한 걸 봤다. 가게 주인이 핸드폰 어플로 테이블 번호를 클릭한다. 그러면 계산대의 컴퓨터가 QR코드를 인쇄 후 카드 결제기(핸디형)가 그 인쇄된 QR코드를 읽는다. 마지막으로 카드 결제기에 내 카드를 댄다.
그럼 결제가 되고 메뉴가 찍힌 영수증이 나온다.
왜지? 시스템 만든 사람이 기존의 뭔가를 개선하려 한 노력이 엿보이긴 하는 것 같다. 새롭다.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. 근데 아무래도 이상하고 번거로운 느낌;;
어떤 식당은 카드 태그 결제기가 계산대 부착형이어서 내가 계산대로 갔었다. 이 식당은 (지금은 내가 그냥 계산대로 왔지만) 테이블에 앉아서 결제가 가능할 것 같다. 흠...
생각해보니 들고 다니는 카드 결제기는 비싼 관광지 식당에만 있었던 것 같다. (그리고 딴 얘기지만 비싼 식당은 카드 결제 시 팁도 주실래용? 하는 선택창이 기기에 띄워졌다) 이 식당의 결제기는 뭔가 어중간한 진화형이다. 아무튼 잘 먹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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